스타트업 창업자가 익혀야 할 광범위한 지식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서 만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제가 변계사(변호사이자 회계사)인 걸 알면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곤 합니다. 법인 설립, 투자 유치, 재무 계획, 특허, 상표 같은 지식재산권, 계약서 작성, 4대 보험 등 노무 문제, 세무 신고, 회계 결산, 정부 지원 등 그 질문의 범위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제가 다뤄보지 않은 분야나 법률 검토가 필요한 질문을 받을 때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추가 검토를 한 후 따로 답변을 드리기도 합니다. 저의 전문 지식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은 제가 아는 노무사, 회계사, 변호사들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재무, 회계, 세무, 노무, 법무 등 다양한 영역의 질문을 받으면서,
때로는 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인 저도 꽤 많은 시간의 공부가 필요하고 다른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질문을 받으면서,
창업자가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의 범위가 정말 넓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간접 경험에, 스타트업에 조인한 후 직접 경험한 일들이 더해져 스타트업이 창업해 성공하려면 창업자가 실로 방대한 지식을 익히고 소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는데도, 수십억의 투자를 받았는데도 실패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이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떠올리며 '성공한 스타트업은 모두 엇비슷하고, 실패한 스타트업은 실패하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회계 감사를 하고, 실사를 하고, 책으로 읽고, 미디어에서 접한 성공한 스타트업의 스토리에는 좋은 아이디어, 좋은 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 자금 조달 능력 등 성공을 설명하는 분명하고 공통적인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직접 경험한 후에는 '실패한 스타트업은 모두 엇비슷하고, 성공한 스타트업은 성공하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실패한 스타트업의 차이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1%의 운 또는 타이밍 같은 우연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인용되는 문구이지만, 사실 에디슨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1%의 영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성공했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99%의 노력'은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표현입니다.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노력하는 많은 사람 중에 성공하는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1%의 영감, 즉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에디슨 자신에게는 그게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에디슨은 영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뭔가는 운이나 타이밍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잡지사 기자의 '당신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에디슨은 '99% 노력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노력한다. 난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1%의 영감이 있다.'라고 했다.
출처: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명언
운이나 타이밍 같은 우연적 요소는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작용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했던 아이디어가 몇 년 후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하더라도, 수십억의 투자를 받더라도 과학 기술 발전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지지 않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전쟁, 자연 재해, 경제 위기 등의 상황을 거치면서 거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도 예측할 수 없는 우연적 요소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99%의 노력을 하더라도 1%의 우연적 요소가 스타트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과학 기술, 전쟁, 자연재해, 경제 위기 등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1%의 운이나 타이밍같은 우연적 요소는 99%의 노력을 전제로 작동합니다. 99%의 노력이 없으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엇비슷하게 99%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99%의 노력을 다했는데 1%의 운이나 타이밍이 따르지 않아서 실패했을 수 있지 않냐고 묻는 창업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본인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99%의 노력과 1%의 운 또는 타이밍의 전제가 되는 노력이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99%의 노력은 1%의 운 또는 타이밍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노력, 운 또는 타이밍이 작용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200번이 넘는 실험을 계속한 끝에 전구를 발명했다는 유명한 일화처럼 에디슨은 결론을 얻을 때까지 실험을 멈추지 않는 특유의 집념이 있었습니다. 될 때까지 하는 노력, 1%의 영감이 찾아올 때까지 하는 노력이 에디슨이 실행한 99%의 노력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 99%의 노력을 다했다는 말은 1%의 우연적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말입니다.
결국 실패한 스타트업은 1%의 우연적 요소가 찾아올 때까지 살아남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가 에어비앤비를 창업했을 때 사람들은 '누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자고, 누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기 집을 내어 놓겠느냐'라고 했습니다. 천재 개발자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끌어들이고, 시리얼 박스를 팔아 버티며 바퀴 벌레같은 생존력으로 살아 남은 에어비앤비는 미국 경기의 위축이라는 타이밍이 야기한 '낯선 이에게 내 집을 내어놓아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의 필요성으로 인해 성공하게 됩니다.
"당신들은 정말 바퀴벌레 같군요.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Y Combinator 그레이엄 에어비앤비에 투자자하며 한 말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99%의 노력을 다하여 1%이 우연적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까지 버티고 살아남습니다.
99%의 노력을 다해 성공할 때까지 살아남기 - 돈과 사람을 관리하라
살아남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돈과 사람을 관리하면 됩니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돈의 흐름을 이해하여 언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알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이해하여, 언제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적합한 업무를 위임하는 것입니다.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영입니다. 경영을 가르치는 경영학과의 학습과정은 재무관리, 회계학, 회사법, 투자론, 인적자원관리 등의 과목으로 구성됩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저에게 한 질문은 다양했지만 본질은 경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회사 설립은 잡무 처리가 50%
경영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창업을 하고 나니 상상이상으로 '잡무'가 많다는 말입니다. 잡무 때문에 제품 개발 같은 본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법인 명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비용을 지출할 때마다 증빙을 챙겨야 하고, 은행관련 업무, 세무 및 노무와 관련된 각종 신고, 회계 결산, 정부지원 서류 작성, 사업계획서 작성 등을 자신의 본업과 구분되는 잡무라고 생각하는 창업자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잡무가 창업자가 해야 할 본업의 일부이자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경영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창업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잡무가 제대로 처리되어야 계속 기업이 가능합니다. 끼니를 챙겨 먹고, 잠을 자는 기본적인 것들이 유지되어야 사람의 생존이 유지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계속 기업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창업자들이 잡무라고 부르는 회계, 세무, 인사, 노무, 법무, 투자 등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Building a company is not building a product."
회사를 세운다는 것은 단지 제품을 만드는게 아니다.
"Starting a company is 50% building a product and 50% a lot of other stuff."
회사라는 건 제품 개발 50%와 그 외 수많은 잡무 50%를 통해 세워진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출저: 유튜브 스테이지 5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을 구상할 땐 회사를 만드는 것(Building a company) 이 제품을 만드는 것(building a product)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창업을 해보니 회사를 만드는 일은 은행계좌를 만들고,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각종 세금들을 내야하고, 브라질 출신 공동창업자가 미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에 제출할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제품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와는 상관없는 잡무들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었다. 창업자가 명심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사실은 회사를 세운다는 것은 제품을 잘 만들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잡무(legwork)를 기꺼이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잡무에 드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창업자의 경영 능력이며 스타트업이 계속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입니다.
돈과 사람이 부족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처음엔 스스로 거의 모든 잡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잡무를 처리하기 위해 관련 지식을 배웁니다. 하지만 세무, 회계, 노무 등 수많은 지식을 깊게 공부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을 익히고, 스스로 해야 하는 것과 타인(전문가, 직원, 외주 등)에게 위임해야 할 것을 판단할 수 있으면 됩니다.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돈과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돈의 흐름을 예측˙관리하고, 회사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잡무를 이해하여 직접 혹은 적절한 사람에게 위임하며, 회사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계속해서 존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자가 해내야 할 99%의 노력입니다.
직접 해보니 쉽지 않습니다. 초기창업패키지 정부지원 사업으로 약 6천만 원을 지원받기 위해 작성한 서류들과 관리에 들어간 에너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원하는 직원을 뽑기 어려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5년 이상 생존하는 스타트업은 10개 중 2개에 불과합니다.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스타트업의 비율이 27%인 현실에서도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고군분투하는 창업자들에게
변계사(변호사이자 회계사)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 스타트업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낄 수 있는, 창업자들이 잡무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줄여 들이고 싶은 마음으로 '멍멍야 냐옹해봐'를 기획했습니다.
1%의 기회가 올 때까지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돈과 사람을 관리하기 위한 경영 지식, 제품 개발 과정에서 동반되는 잡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인 회계, 세무, 노무, 법무, 투자 등과 같은 비즈니스 언어에 대해 '멍멍아 냐옹해봐'라는 카테고리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회계, 세무, 노무, 법무, 투자 등에 관해 창업자로서 궁금했던 점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