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한다.
왜 나는 가만히만 있어도 어느 정도 보장된 삶을 살 수 있는 회계법인도 그만두고, 로펌도 그만두고,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들었을까?
특히,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연달아 실패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그냥 다 그만두고 로펌에 다시 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장된 고액 연봉을 받고, 큰 위험없이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하지만, 힘든 순간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은 하루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홀로 걷고 생각을 할 때마다 결론이 같기 때문이다.
같은 선택의 순간이 와도 같은 선택을 한다.
돈은 벌었지만, 때론 내 가치관에 어긋나는 일을 해야 하고,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 삶의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만 있었다.
늘 피곤했고, 힘들었고, 불만이 많았다.
언제일지 모르는 언젠가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이 지겨워졌다.
이건 아니데, 이건 아닌데...
아닌거 그만하자...
그리고 스타트업 세계로 뛰어들었다.
아직은 스타트업의 세계가 내가 원했던 삶에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로펌에 다닐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는 것이다.
자주 웃고,
자주 행복하고.
몸과 마음은 분명 더 힘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
오늘 새벽 읽은 '승려와 수수께끼' 덕분에 다시금 내가 왜 로펌을 그만뒀는지를 생각해보며 다시금 감사함을 느꼈다.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애플의 입사 제의를 받고 나서, 다니던 법률회사의 긴 복도를 내려다보는 순간 내 답은 명확해졌다.
내가 법률회사에 납을 경우, 관심도 없고 심지어는 내 가치관에 어긋날 때가 있는 일을 하면서 평생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 가능성이 있었다. 전문가가 되려면 창의력을 억누른 채 한 분야로만 매진해야 한다. 애플의 성공 여부보다 법률가로서의 위험부담이 훨씬 더 컸다. 결국 나는 당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미뤄 놓은 인생 설계'에 따라 살다 보면 보상받기를 원하는 욕심과 뭔가 채우고 싶은 허기가 늘 끊이질 않는다.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랜디 코미사, <승려와 수수께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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