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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꾸준히 실천하는 독서 Day 72.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ft. 새벽 기상 & 새벽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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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 

11월 1일. 3개의 1로 표현된 새로운 오늘. 또 다른 한 달을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함께 기분 좋게 새벽 산책길로 향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이라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었지만, 따듯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공기가 상쾌한 기분을 더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넓지도 좁지도 않게 나만의 보폭으로, 나만의 속도로 차곡차곡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도착한 산책코스의 반환점인 중랑천의 징검다리. 

 

중랑천의 징검다리

 

징검다리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생각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걸었던 것처럼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보자.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서 건너야 하는 돌의 가운데를 밟고 건너곤 했다. 돌의 중앙에서 중앙으로 발을 옮기려면 나의 보폭보다 훨씬 크게 다리를 벌려야 한다. 그렇게 건너려면 걷는 것이 아니라, 한 발을 먼저 돌 가운데 놓고 나머지 발을 먼저 높은 발 옆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돌다리 하나하나를 건너다보면 다리를 건너는 속도가 느려지고 중심을 잡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중심을 잡다가 흔들려 물에 빠질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자 징검다리를 매일 새벽에 건너고 있지만, 건널 때마다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물 사이에 공간이 없이 이어진 다리를 건널 땐 두려움이 거의 없다. 일반 도로를 걸을 때와 똑같은 속도와 보폭으로 걷기 때문에 특별히 물을 의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징검다리도 평지를 걸을 때처럼 나의 보폭으로 걸어보자. 

 

징검다리를 나의 보폭에 맞춰 걸으려면 징검다리의 중앙이 아닌 양쪽 끝을 밟아야 한다. 그러려면 발이 반쯤은 징검다리 밖으로 나가 물 위에 떠 있게 된다. 중앙을 밟는 것보다 무서웠지만 시도해봤다. 그랬더니 오히려 평지를 걸을 때와 같은 속도로 편안하게 징검다리 위를 걸을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것에서 다리를 걷는 것으로 관점을 바꾸니, 평상시 나의 보폭을 유지할 수 있었고, 물 위에 있는 다리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나만의 새벽 산책길을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걸으니 길에서 맞주친 징검다리도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비단 산책길뿐만 아니라, 인생길에서 만나게 되는 어떠한 징검다리라 할지라도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다면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72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57616

 

걷는 사람, 하정우

걷고 또 걷는 배우 그리고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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