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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관찰하는 일상 Day 83. 의식적으로 정신 차리고 관찰하며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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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중에서

 

약 30일 만에 다시 동쪽 하늘에 떠 있는 그믐달을 봤다. 그믐달을 볼 수 있는 날 음력 27일. 오늘이다. 내일부터 한동안은 새벽에 달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다시 서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벽 산책을 하고 매일 모양과 위치가 달라지는 달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추석에 뜬 보름달이었다. 산책 가는 길에 정면으로 마주한 보름달. 분명 그전에 산책을 할 때도 보름달이 떠 있던 날이 있었을 텐데 의식하지 못했다. 추석이라는 계기로 내 눈에 담게 된 보름달. 그 이후로 산책할 때마다 달이 눈에 들어왔다.

 

약 15일 동안 달을 관찰하면서 달의 모양이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변함과 동시에 서쪽 하늘에서 동쪽 하늘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지식인데, 달이 모양과 위치가 변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매일 눈에 띄게 변하는 달의 모습과 위치를 의식하게 되면서 대상을 관찰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의식을 어떤 곳에 두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 의식하지 않으면 매일이 똑같지만 의식하면 매일이 얼마나 경이롭게 느껴지는지. 같은 길을 걷더라도,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분명 그 순간은 그 순간만의 고유함이 있다. 내가 의식해야 찾을 수 있는 것들... 그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멍 때리는 삶이 아니라 의식하며 관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상이 곧 관찰이다.

길을 걸으며 오늘은 무얼 먹지와 같은 고민을 하기도 하고 하루 동안 찜찜했던 일, 내일의 고민, 친구와 다툰 일 등 시시콜콜한 생각들을 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심취해 있는 우리는 지나치는 상황, 만나는 사람들, 방문하는 장소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하루를 살고 있다. 바로 여기가 관찰의 포인트다.

모든 사람들은 하루 종일 훌륭한 관찰 대상들 속에서 살고 있다. 출퇴근 거리가 짧은 사람도, 긴 사람도, 직장인도, 학생도 저마다의 일상에는 많은 타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의미 있는 데이터들을 뽑아낼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눈과 귀를 열고 '정신 차리고' 사는 것이다. 나의 시시콜콜한 고민을 머릿속에 일일이 떠올리며 길을 걷고, 멍하니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면 그 좋은 통찰의 순간들은 쉽게 놓치게 된다. 그러니 가급적 쓸데없는 걱정일랑 나중에 하고, 내게 주어진 일상의 순간순간들에 눈을 똑바로 뜨고 머리를 텅 비우고 집중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표철민,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중에서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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