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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나를 보호하는 새벽 산책 Day 87.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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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중에서 

 

월요일 새벽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어두운 골목길을 환히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 덕분에 무섭지 않다. 조금 걸어 차도를 만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를 봤다. 어두운 새벽부터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버스.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걷는다. 중랑천 옆의 산책로에 들어섰다. 추운 날씨에 꽃은 졌지만,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는 꽃과 나무들. 어제는 길을 덮을 정도로 많이 쌓여 있던 떨어진 잎들이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산책로 옆에 있는 운동장에는 농구하는 청년이 있다. 어둠을 밝게 비춰주는 조명과 농구대.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로등, 도로, 버스, 산책로, 운동장.... 이 모든 것들 덕분에 새벽마다 산책하는 나도, 새벽에 출근하는 누군가도, 새벽에 농구를 하는 누군가도 저마다의 새벽을 누릴 수 있다. 너와 나를 구분 짓지 않고, 우리가 만드는 공동체 덕분에 누리게 되는 것들... 어쩌면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를 보호해주는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동체에 속해 있는 나는 나의 건강만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내가 쓰는 마스크는 나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가 쓴 마스크라는 경계가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을 함께 보호하며 경계를 허문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마스크를 썼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많은 동네에 사는 것이,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동네에 사는 것보다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내가 쓴 하나의 마스크보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쓴 마스크들이 나를 더 보호한다. 따라서 내가 건강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나도 같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다니... 누군 답답하지 않아서 쓰고 다니나... 처음에 산책하다 마주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내가 마스크를 씀으로써 사회에 진 빚을 하나 갚았구나...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일부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효과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건 그 때문이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반면에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싸인 접종자는 백신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나 면역력이 희미해졌을 가능성에 취약하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 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중에서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87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332186&sug=thumb

면역에 관하여

누구나 읽어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면역에 관하여』는 미국의 촉망받는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Eula Biss)의 세 번째 책이다.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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