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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변함없이 꾸준하게 Day 104. 20대의 나보다 나이든 지금의 내가 더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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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타 미쓰요, <무심하게 산다> 중에서 

 

요즘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몸무게를 통해 깨닫는다. 저녁을 먹고 자면 다음날 몸무게가 2kg이나 늘어 있다. 신기하게도 먹은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몸무게가 늘어 있다. 저녁을 굶으면 다음날 몸무게는 큰 차이가 없다. 안 먹는다고 줄어드는 건 아닌데 먹으면 반드시 몸무게가 늘어 난다. 

 

어릴 땐 무엇을 먹든 크게 몸무게가 늘지 않았고, 몇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바로 살이 빠졌는데...  어릴 땐 나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은 체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웬 걸... 나이 들어가면서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몇 끼를 굶어도 살이 안 빠지는...

 

처음엔 이런 변화가 탐탁치 않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때에 먹지 못하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아야 할 때도 있었다. 나이 들면서 삼시 세끼를 먹는 일에 절제와 인내가 필요해졌다. 

 

그제서야 먹는 행위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언제 먹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 입에 좋은 것보다 내 몸에 좋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 대충 때우던 삼시 세끼가 좋은 것을 먹으며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20대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감기도 덜 걸리고 더 건강하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변화가 생긴다는 게 꼭 나쁜 건만은 아니다. 

20대의 난 야채를 싫어하고 고기만 좋아했지만, 지금의 난 야채와 함께 고기를 먹는다.

20대의 난 계단보단 엘리베이터로 움직였지만, 지금 난 매일 새벽 산책을 한다. 

20대의 난 타인과 비교하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의 난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산다. 

20대의 난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봤지만, 지금의 난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나이 들면서 생긴 변화 덕분에 난 20대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여간해서는 체중도 줄지 않는다. 한 기를 거르거나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예전에는 체중이 금세 줄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오싹할 만큼 일정하다. 신기한 것은 줄어도 이튿날이면 일정한 수치로 금방 돌아오는데, 늘면 이번에는 그 숫자가 일정한 수치가 된다는 사실이다. 저녁을 가볍게 먹어서 1킬로그램이 줄어도 이튿날에는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런데 야심한 시간에 참다못해 라면을 먹어서 2킬로그램이 늘면 이번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체중이 줄지 않는다. 참으로 얄미운 구조다. 

예전에는 변한다는 사실이 왠지 불안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은 재밌게 느껴졌다. 이사를 가기 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막상 가면 의외로 즐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물며 변화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새로운 내가 오랜 '나'보다 '못하는 것'이 늘었다고 해도 역시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면 즐겁기 마련이다. 고깃집에서 갈비가 아니라 살코기를 주문하는 자신은 의외로 재밌게 느껴진다. 요지부동인 체중은 거슬리지만, 이렇게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는 인체의 신비를 생각하게도 된다. 

더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불가능한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는 분명 갱년기 장애가 시작되거나 예기치 못한 병을 앓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변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된 내가 지금의 나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쿠타 미쓰요, <무심하게 산다> 중에서 

 


 

새벽 4시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104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93336&sug=thumb

무심하게 산다

흐르는 세월 앞에서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소설가 가쿠타 미쓰요는 20대 무렵, ‘예전 같지 않은 몸’에 대해 서로 지지 않고 자랑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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