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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꾸준한 걷기 Day 107. 삶은 강물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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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좋은 말씀> 중에서 

 

이 블로그에 기록하기 전 새벽 산책을 시작했을 때는 집 근처 산에 올라갔었다. 일출을 보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근처 산 정상에서는 동쪽의 시야가 가려져 있어서 일출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두울 때 산에 올라가 밝아졌을 때 내려오면서 오늘이 시작됐구나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산책하는 루틴을 만들면서 일출을 볼 수 없는 시간에 산책을 하게 되었다. 일출을 보겠다는 생각을 접고 나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한동안 여러 방향의 길을 탐색하다가 정해진 새벽 산책 코스가 지금 가고 있는 중랑천 산책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산길을 걷다가, 내가 어디에 있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는 탁 트인 시야가 좋았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걷는 것보다 평탄한 길을 걷는 것이 편안한 호흡과 함께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게 했다. 운동 효과로 보면 산에 올라가는 것이 훨씬 좋겠지만,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함께 챙기기 위해 시작한 새벽 산책이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중랑천 산책로가 나에게는 더 적합했다. 

 

무엇보다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은 사는 동안 끊임없이 흘러가는 나의 하루하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일출이라는 이벤트가 하루를 만들지 않는다. 하루를 만드는 것은 매 순간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삶의 과정이다. 강물이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는 것처럼, 나도 어딘가로 향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산책할 때마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딘가에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딘가로 가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니 어제 실패하고 실망한 일은 그냥 흘려보내고 오늘 내가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집중하자. 그렇게 지나간 것을 떠나보내고 오늘을 살게 되는 매일이 계속되면서 왜 사느냐에 대한 물음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답을 찾을 수 없던 왜 사느냐에 대한 물음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고민으로 대체되면서 삶이 고통이라는 생각도 삶은 내가 살기 나름이구나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흐르는 강물과 함께 하는 새벽 산책은 나를 살리는 시간이다. 

 

삶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항상 유동적인 상태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이르러 강물처럼 흐른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은 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어요. 이미 되어 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불교에서 무상하다고 하는 말은 허망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항상하지 않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늘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게 우리의 실상입니다. 다시 말해서 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거예요. 때문에 어디에도 매달리지 말아야 됩니다. 매달려 버리면 되어 가는 과정이 정지합니다. 우리 자신을 항상 안으로 성찰해야 됩니다. 안으로 되살펴야 돼요.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법정, <좋은 말씀> 중에서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107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1903

좋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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