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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에 잔뜩 기대하며 새벽 산책을 나섰다. 그러나 기대했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리의 풍경을 보며 산책로로 향했다. 일기 예보가 맞지 않는 건 자주 있는 일인데 기대했던 눈을 보지 못하는 실망감은 여느 때보다 컸다.
무기력한 마음과 싸우며, 잠이 오지 않는 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새벽엔 하얀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데... 올 겨울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눈을 보면서 내 마음의 고통도 잠시나마 하얗게 씻겨 나가길 바랬던 마음이 있었는데...
실망한 마음을 안고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눈이 내린다는 소식 하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그 희망으로 새로운 다음 날을 기다릴 수 있다면, 다음날 희망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그 날이 사실 행복한 때가 아니었을까... 새벽 산책을 하면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어제가 결국 해피 엔딩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을 하나의 긴 여정으로 보고 결말에 이르러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차라리 해피엔딩의 일상화를 만드는 게 낫겠다. 아, 이번 한 주는 해피엔딩으로 마감했군.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해피엔딩이었어, 하고. 너무 긴 여정을 바라보면 피로한 강박이 되는 게 해피엔딩의 함정인 것 같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이 기왕이면 행복하게 끝맺었으면 하고 바라는 건, 현실에서 해피엔딩이 그만큼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도우,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중에서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17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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