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 영하 20도, 산책하기 가장 좋은 날
체감 온도 영하 20도, 눈길에 한파경보까지.
이보다 더 새벽 산책하기 좋은 날은 없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단단히 채비를 했다.
겹겹이 옷을 입고 모자, 장갑, 마스크까지 장착한 후 집을 나섰다.
예상대로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는 40분 정도 산책하는 동안 10명 내외의 사람과 마주친다.
지금까지 새벽 산책을 하면서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지 못한 날은 단 한 번. 태풍이 왔던 날이다.
그 날은 거센 바람에 나도 산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쌓인 눈과 한파경보.
오늘도 태풍이 왔던 날과 같이 산책로에 아무도 없을 거라 예상했다.
정말 그랬다.
약 1시간을 걷는 동안, 산책로에서 단 한 명의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드넓은 자연을 나 혼자만 독점할 수 있는 시간.
타인과 완전히 분리된 진정한 고독의 시간.
이 보다 더 새벽 산책하기 좋은 날은 없었다.
완전한 고독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쌓인 눈 위를 천천히 걸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나는 소리.
눈길을 걸을 때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하얗게 변한 풍경 눈 덮인 풍경.
출퇴근 길 걱정 없이 보는 눈은 참 아름답구나.
기분 좋게 걷다가 온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부는 강풍에 멈칫.
이래서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구나.
오감에 몸을 맡기고, 오고 가는 생각을 관찰하며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인 오늘을 마음껏 누렸다.
오롯이 나 혼자 존재하면서 외로움이 아닌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든 시간과 공간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눈사람, 눈 위에 그려진 하트. 눈으로 만든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 미소짓는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
고독의 시간은 세상과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산책을 끝낼 무렵 마주친 내 키만한 눈 사람.
1 + 1, 오늘이라는 선물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하나 더 받은 느낌.
오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든 시간과 공간이야말로 우리의 스승이다.
그리고 이 분리된 시간과 공간을 '고독'이라고 한다.
고독은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불안해하는 외로움의 상태가 아니다.
의도적인 분리의 상태이자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배철현, <심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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