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맞다는 생각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내가 '맞다'는 생각만으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면 무엇일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단지 틀렸다는 것만 알고 경험의 문을 닫는다.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창업 시작 때부터 가져야 하는데, 멋지고 환상적인 아이디어에 매몰되는 바람에 기회를 잃는다. 오히려 확신이 너무 강해서 다만 자기 확신을 계속 강화하는 과정을 밟을 뿐이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며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한 창업자를 만난 적이 있다.
무려 2년간 사비를 털어 연구 개발하며 만든 제품이었다.
시제품을 보고 생각했다.
나라면 돈주고 살까? 아니다.
본인은 시장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제품의 핵심 기능은 이미 다른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단돈 몇 천 원만 있으면 그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몇만 원 혹은 몇 십만 원을 지불하고 그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기능도, 디자인도, 철학도...
그래서 조심스레 의견을 말씀드렸다.
창업자는 말했다.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이건 반드시 필린다고...
그분을 만난 지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제품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은 아직도 듣지 못했다.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열어두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
그리고 그 실패의 이유도 모른 채 또다시 같은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듣기 싫지만,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이 말을 기꺼이 듣고,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고객을 안다는 생각
CEO의 착각 첫 번째는 바로 사업과 고객에 대해 자신이 뭔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고객과의 대화' 이벤트나, 제삼자로부터 전해들은 한두 번의 예외적인 사례로 고객을 알았다고 오해한다.
고객의 진짜 속마음은 많은 시간과 관심과 애정을 들여 관찰하고, 실험하고 직접 대화를 해서만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 CEO는 모른다. CEO가 고객을 직접 만난다 하더라도 고객 간담회와 같이 기획되고 준비된 환경에 선별된 고객을 초청해 고급 요리를 공짜로 먹으며 했던 이야기와, 이벤트 경품 받고 즐거워하며 한 행동과 반응을 보면서 고객을 만나고 이해했다고 오해하기 쉽다. 혹은 일부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찬사를 고객의 찬사로 보편화하는 오류를 범한다. CEO들은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사업 무용담을 곁들인 제품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주변 친구들의 찬사와 긍정의 표현은 진짜 긍정이 아니라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표시다. 프로 축구 선수가 초등학생 앞에서 현란한 기술을 자랑하며 받은 박수 소리에 취해 프로 무대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아이디어나 제품이 좋다는 지인의 말만 믿고 고객을 안다는 생각을 버려라.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들은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돈을 주고 제품을 살 진짜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진짜 고객의 속마음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객을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고 대화를 나눠봐야 알 수 있다.
CEO의 역할은 말하고 지시하는 것이라는 생각
조금 성장한 스타트업의 CEO는 점점 자신이 하는 말이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말하는 경향이 생긴다. 뭐든지 말만 하면 다른 사람 혹은 조직을 통해 그 말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회의나 모임에서 CEO들의 '말 점유율'이 점점 높아질 뿐 아니라, 자신이 말로 지시하면 100퍼센트 전달되고 이해될 것이고 조직이 자신의 생각과 완벽히 동기화되어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말하고 지시하는 것'이 CEO의 주된 역할이 아니라,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보조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어야 한다. 고객과 현장에서 멀어진 CEO는 점점 더 '말'로만 일을 한다. '내가 다 이야기했는데'를 반복해 말하면서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듣는 사람이 알아들어야 완성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은 CEO의 솔선수범이라는 엔진으로 달리는 기차다. 말보다는 행동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시리즈 A나 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에 소위 C레벨 임원들을 잔뜩 영입하고, 임원들과 회의하며 지시만 내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매출이 나지도 않는 스타트업에서 투자받은 돈으로 CEO의 수행 비서, 개인 운전기사를 두는 경우도 종종 본다.
대화의 창구가 수행비서가 되고 임원이 되고, 현업에서 멀어져 고객과 직원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말로만 지시하는 창업자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스타트업은 보통 제품은 출시도 못하거나 출시해도 시장이 반기지 않는 제품을 만들며 투자받은 자금을 소모하고 문을 닫는다.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CEO는 고객과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솔선수범해서 행동해야 하는 자리이지 결코 말로만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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