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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꾸준함의 힘 Day 28. 101일 동안 계속한 카르페 디엠 - 나 답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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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힘 - 한동일, <라틴어 수업> 중에서 

2020년 6월 11일부터 오늘까지 1일 1행을 해왔다.

'살아야 한다면 나답게'를 다짐하고, 하루 1가지씩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하자고 결심했었다.

6월 11일 새벽, 동네에 있는 산에 올랐었던 게 첫 시작이었다. 정상까지 30분도 안 걸리는 낮은 산을 힘들게 꾸역꾸역 토하듯이 올라갔던 생각이 난다.

 

2020년 6월 11일 집근처 산 정상에서 

그때 정상에서 숨을 몰아쉬면서 찍었던 사진 보니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처음엔 그렇게도 힘들었는데... 그 후 일주일에 1~2번씩 올라가다 보니 지금은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역시 꾸준함의 힘이란...

 

2020년 6월 11일 집근처 산 정상에서 

오늘로 101일 째,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100이라는 숫자 때문이 아니라 1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1이라는 숫자가 주는 시작의 의미 때문이다. 다시 또 나답게 사는 1일... 

 

2020년 6월 11일이라는 날짜도, 100일이라는 숫자도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우연히 6월 11일부터 1일 1행을 사진과 함께 간단한 글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일 뿐, 죽고 싶다는 마음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을 먹기까지, 우울증을 회복하고 나를 건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고통과 아픔들. 괜찮은 어느 날 새로운 시작을 해보지만 또 다른 어느 날 다시 무너지는 마음에 끝을 알 수 없는 삽질을 했다. 삽질을 하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결국 자살보다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자살보다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알베르 카뮈-

 

용기를 쥐어짜서 사소한 것 하나, 하루에 하나 그렇게 살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 100일을 기록했지만 기록하지 않은 많은 날에도 나를 극한으로 내모는 감정들과 싸워야 했다. 투쟁의 강도와 빈도는 약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문득문득 싸운다. 다행히도 힘들게 쌓아온 하루하루의 노력들이 단지 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답게 살아가게 한다. 

 

(우울은 이상한 놈이다. 최악의 시기를 지나온 지 벌써 14년이 흘러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놈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겨내지만 동시에 결코 이겨낼 수 없다. 피곤하거나 불안한 순간에, 혹은 뭔가 잘못 먹으면 불현듯 나타나 뒤통수를 후려친다. 사실 며칠 전에 잠에서 깨어 밀려오는 우울을 느꼈다. 어둠의 기운이 내 머리 주변에 가득했다. '삶은 두려움'이라는 그 불길한 느낌. 그러나 그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우울은 싹 가셨다. 녀석은 이제 변방으로 밀려났다. 괄호 속에 넣어도 될 만큼. 인생의 교훈 - 자신 속에 빠져서는 결코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매트 헤이그 <살아야 할 이유> 중에서 

 

나답게 산다는 건 별거 아니다. 

내 두 발로 걸으면서 두 눈으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신선한 바람을 느끼고, 기분 좋은 순간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좋아하는 책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것.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고, 그 시간을 나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가는 것.

그래서 나답게 산다는 건 결국 카르페 디엠이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인간은 오늘을 산다고 하지만 어쩌면 단 한순간도 현재를 살고 있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때와 오늘을 비교합니다. 그때보다, 그때 그 사람보다, 지난번 그 식당보다, 지난 여행보다 어떤지를 이야기해요. 나중에, 대학 가면, 취직하면, 돈을 벌면, 집을 사면 어떻게 할 거라고 말하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것도, 과거에 매여 오늘을 보지 못하는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요? 10대 청소년에게도, 20대 청년에게도, 40대 중년에게도, 70대 노인에게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때이고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이에요. 시인 호라티우스와 키팅 선생의 말은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고 그 시간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속삭임입니다.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산 사람의 내일이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카르페 디엠, 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중에서 


꾸준함의 힘 -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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