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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꾸준하게 실천하는 독서 Day 50. 언젠가의 함정 - 물건 제대로 버리기(ft. 새벽 기상 & 새벽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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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어제 옷 정리와 책 정리를 했다. 옷도 책도 제자리가 아닌 여기저기 쌓여만 가는 것을 한동안 방치했었다. 시간을 내서 정리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쌓여 있는 옷과 책들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책상에 앉으면 옆에 쌓여 있는 책들이 눈아 밟혀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책들이 나 좀 정리해줘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맘먹고 정리를 했다. 7시간이 넘게... 덕분에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알람 소리를 듣고서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작년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물건을 버렸다. 그때 버리기 어려웠던 것이 책과 옷이었다. 다른 물건보다 애착이 있었던 것이 원인이기도 했고 언젠가 볼 거야, 언젠가 입을 거야라는 생각을 완전히 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책과 옷을 정리하면서 알았다. 언젠가라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새로운 책을 사서 보고, 새로운 옷을 사서 입고... 그러다 보니 갖고 있는 물건을 사용할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요즘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을 때 간편하게 전자책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핸드폰으로 전자책 도서관을 검색해서 읽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옷도 입는 옷만 거의 반복해서 입는다. 좋은 옷은 오히려 특별한 날 입어야지 생각하면서 평소엔 입지 않는다. 그러다 유행이 지나고, 살이 쪄서 못 입기도 한다. 비싸고 좋은 물건이지만 오히려 사용하지 않아서 버리게 된다. 

 

어제 물건을 정리하면서 놀랐던 건 동일한 책을 사고, 동일한 옷을 샀다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고 쌓아만 놓은 물건 더미에서 발견된 물건과 동일한 물건을 최근에 다시 샀다.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책과 옷. 두 번 샀으니 그만큼 나와 인연이 되는 책과 옷이라고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을 사용할 것 같은 느낌으로 산 것이 아닌지. 돈, 에너지, 시간 낭비를 줄이고 싶어서 시도한 미니멀리즘은 어디로 갔는지.

 

언젠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난 1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치우자고 마음 먹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이 책에는 이런 기억이, 저 옷에는 저런 기억이... 이건 좀 아깝네... 저건 비싼 건데... 아... 지난번에도 이래서 다 정리를 못했구나...

 

물건 때문에 생각나는 이런 저런 기억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기억이다. 정말 의미 있고 중요한 기억들은 물건의 존재 없이도 문득문득 나에게 찾아와 말을 걸기 때문이다. 버리자. 기억 때문에 못 버리는 물건...

두꺼운 책들. 전시용으로 붙잡고 있는 책은 아닐까. 버리자. 사법시험 때 공부했던 두꺼운 책들... 일할 땐 온라인으로 다 해결된다. 

 

나중에 좋은 날, 특별한 날 사용해야지 하며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손에 닿는 곳에 놓았다. 매일이 좋은 날, 특별한 날이니까. 

 

언젠가 사용할지 모를 것 같은 물건은 버리고, 기부하기 위해 포장하고, 언젠가를 위해 아끼며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사용하기 쉽게 배치하고...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다시 편안해졌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쌓아 두는 것은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할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결국 지금을 잃어 버리며 기약 없는 미래를 기다리는 삶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을 사용하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현재에 몰두하는 삶이 내가 원하는 편안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는 물건을 많이 버렸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물건들까지 버렸다. '언젠가'라는 미래를 벗어던진 것이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미래의 일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미래라는 가게의 셔터를 내린 것처럼 미래를 생각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물건을 버렸을 뿐인데 말이다.

물건을 버리는 일에서 나는 중요한 것을 배웠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은 필요하게 되었을 때 구하면 된다. 한번 버려보고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거나 필요한 물건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때 손에 넣으면 된다.

나는 물건을 버릴 때마다 몇 번씩, 지금 필요한지 아닌지 스스로 물었다. '지금'을 계속해서 묻고 '언젠가'를 없애가면서 간신히 '지금'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지내자 다시 편안해졌다. 현재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예전에' 필요했던 물건도 이제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 필요한지 어떤지를 계속 질문한 결고, 과거에 중요하게 여겼던 물건, 옛날에는 어떻게든 갖고 싶었던 물건도 지금은 없다. 예전에 나 자신의 일부라고 믿었던 물건도 없다.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새벽 4시 30분 기상 & 새벽 산책 Day 50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832894&sug=thumb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스트 애플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케케묵은 서류와 오래된 장비를 모두 없애는 일이었다. 첫 업무로 물건 줄이는 것을 선택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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