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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사 Sam 일상/꾸준하게

다시 시작하는 꾸준함 Day 117.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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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에서

 

보름 만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새벽 산책을 나갔던 보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달이 어느새 보름달이 되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력을 보니 어제가 음력 11월 15일. 너무도 정확하게 달은 때마다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비가 오든, 태풍이 오든, 눈이 오든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가는 저 달과 같이 살 순 없을까...

 

 

 

중랑천의 보름달

 

보름 전 결국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서의 고통은 차리리 이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했다. 다행인 건 그 생각을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는 것이다. 일단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없애야 죽든 살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병원에 갔다.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처음 간 병원에서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면서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으니 더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뭐지? 큰 병에 걸린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큰 병에 걸린 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은 거니? 죽고 싶은 거니? 

 

진통제 덕분에 고통이 줄어드니 극단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큰 병에 걸렸을까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는 것은 아직 살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다. 우울증이 심했던 예전에는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쉽게 했는데. 지금의 나는 당장 죽으면 여한이 많이 남을 것 같다. 힘든 상황으로 인해 잠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지, 나 답게 살기로 결정하고 애쓰고 있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살고 싶다. 

 

살고 싶다는 욕망을 확인하고 나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무서워졌다. 혹시라도... 하지만 살고 싶다는 욕망은 나에게 말했다. 피하지 말고 직면해. 마음이 무너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직면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직면해.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 그렇게 니 삶을 책임지는 게 너 답게 사는 거야.

 

큰 병이라면 치료에 집중하고, 큰 병이 아니라면 다시 한번 주어진 기회니 최선을 다해 나답게 살아가는데 집중하자는 마음을 먹고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치료할 수 없는 큰 병은 아니었다. 약을 먹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일주일 정도 약 먹고 자고, 약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통증도 거의 사라지고 몸이 회복되어 갔다. 몸이 회복되니 마음도 함께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내 삶의 등대인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아 갔다.

 

그렇게 일상을 회복하며 12월 24일 다시 새벽 산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인증샷을 찍지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도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 새벽 기상을 하고 새벽 산책을 하는 건지, 새벽 산책을 통해 사색한 것들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블로그를 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인지,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지만 나는 눈이 떠지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새벽 산책을 하러 나갔다. 4시 30분이 아닌 2시나 3시에 눈이 떠지면 일어났다. 삶에 대한 의지는 잠이 안 오는 시간을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 안 오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했다. 책을 읽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다시 읽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의 전기도 다시 읽었다(내 핸드폰 잠금화면의 3인방이다). 새벽 산책을 하며 생각나는 것들을 나의 노션 노트에 적었다. 그렇게 블로그가 아니어도 나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글을 썼다. 내가 116일 간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은 내가 원해서 한 일이구나...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다시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함께 두려운 마음도 든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 적어도 756일 동안 꾸준하게 포스팅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116일 만에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발생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또 블로그를 중단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등이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756일을 지키지 못했으니 오늘부터 다시 Day 1으로 시작해야 하나... 그러다 보면 다시 Day 1이 반복되지 않을까...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들이다. 

 

better-together.tistory.com/8

'꾸준하게' : 진정한 실행은 지속적인 과정이다

진정한 실행은 지속적인 과정 '아이디어'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 점이다. 어떤 실행이든 그 시작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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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를 멈추고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내가 가기로 정한 길이 756km다. 116km 가다가 쓰러졌다. 잠시 멈춰서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다시 출발하는 나는 지나온 116km를 다시 가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인가,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당연히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이다. 그러다 또 지치면 멈춰서 쉬다가 다시 출발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756km를 완주할 것이다. 다시 처음, 다시 처음, 다시 처음만 반복하다 116km 이후에 볼 수 있는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오늘 포스팅 제목에 Day. 117을 적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생에서 넘어지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일어서는 것이다.

기억하라.

우리는 언제나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프다고 고통스럽다고 주저앉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끝난다.

수없이 일어섰기에 나는 '강수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당신도 세상이 모두 아는 당신만의 이름을 갖고 싶다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라.

강수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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